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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정가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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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의 문제점

도서정가제 관련 법률의 문제점

도서정가제는 출판유통계의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면서, 온ㆍ오프라인 서점간에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인 끝에 2002년 8월 법제화되었다. 도서정가제 관련 법률은 때마침 문화관광부 안(案)으로 제출 예정인 출판및인쇄진흥법의 한 조항으로 포함되게 된 것이다. 출판및인쇄진흥법(이하 ‘진흥법’)은 2002년 8월 26일 제정되었고 그 시행은 부칙에서 “공포 후 6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혀 놓았다. 이에 따라 진흥법 시행을 위한 시행령이 다음 해 2월에 발표되어 2003년 2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진흥법의 목적은 제1조에 나와 있듯이 “출판ㆍ인쇄에 관한 사항 및 출판ㆍ인쇄문화산업의 육성ㆍ지원과 간행물의 심의 및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에 있다. 간단히 말하면, 출판산업의 지원과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도서정가제가 처음으로 명문화되어 법제화된 것이다. 진흥법에 나와 있는 정가제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 제22조(간행물 정가 표시 및 판매) ]

  1. 출판사가 판매를 목적으로 간행물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이하 “정가”라 한다)을 정하고 이를 해당 간행물에 표시하여야 한다. 정가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2.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간행물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저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하여야 한다. 다만,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해당 간행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정가의 1할의 범위 안에서 할인하여 판매할 수 있다.
  3.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간행물에 대하여는 제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 1. 발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간행물
    • 2. 도서관, 사회복지시설에 판매하는 간행물
    • 3. 저작권자에게 판매하는 간행물
    • 4. 그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간행물

[ 제28조(과태료) ]

  1.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1~4. 생략. 5. 제22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정가를 표시하지 아니한 자 또는 동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정가 또는 정가의 1할을 초과하여 할인판매를 한 자
  2. 생략.
  3.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과태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문화관광부 장관이 부과ㆍ징수한다.

[ 부칙 ]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6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적용시한)  제22조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은 이 법 시행일부터 5년간 적용한다. 위의 도서정가제 법률은 그 내용을 검토해 볼 때, 다음과 같은 근본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 첫째, 서점 판매와 인터넷 판매에서 정가제 적용 원칙을 다르게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제22조 제2항에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해당 간행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정가의 1할의 범위 안에서 할인하여 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진흥법 시행령에서는 이 제2항을 “인터넷을 통하여 도서의 판매계약이 성립하는 경우”로 해석하였다. 문화관광부에서 2003년 2월 27일자로 밝힌 ‘도서정가제 시행지침'에서는 인터넷 판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보다 상세하게 규정하였다.

    • 도서정가제 적용대상 간행물이 인터넷을 통하여 판매되는 경우 정가의 1할 범위 내에서 할인판매 허용(법 제22조 제2항 및 시행령 제15조 제2항)
    • 인터넷을 통하여 판매되는 경우라 함은 인터넷으로 도서를 주문하고 대금결제까지 완료한 경우를 말함.
    • 일반서점의 경우도 별도의 인터넷서점을 개설하여 판매하는 경우에는 인터넷서점에서 판매하는 경우에 한하여 10% 할인판매 허용.
      - 일반서점이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고 매장에서 결제후 도서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정가판매를 하여야 함
      - 북클럽(통신판매)의 경우에는 정가판매를 하여야 함
      - 전화 또는 팩스를 사용하여 주문하는 경우에는 정가판매를 하여야 함

    이상의 지침을 보면, 북클럽(통신판매)의 경우 서점판매와 마찬가지로 정가제를 적용하게 하였지만, 일반서점의 경우 매장판매와 인터넷판매시의 규정을 다르게 적용하였다. 말하자면, 한 서점 안에서도 정가제와 할인제가 혼용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정가제 실시는 나라마다 다르다.

    정가제를 인정하는 유럽 각국과 일본 등 비영어권 국가와 자유 경쟁가격 체제의 영어권 국가로 양분할 수 있는데, 어떤 경우이든 온ㆍ오프라인 유통에서 가격제도가 통일되어 있음은 상식일 것이다. 우리만 유독 일반서점은 정가, 인터넷서점은 할인판매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후속조치가 미흡해 출판시장 혼란을 가중시킨 셈이 되어버렸는데, 이는 당초 입법 과정에서 정가제 시행 여부의 문화경제적 타당성을 면밀히 살펴 가부간의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이해관계가 상반된 온ㆍ오프라인 업계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절충한 결과였다.

  • 둘째, 정가제의 대상 도서를 여러 가지로 제한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우선, 정가제 대상 도서를 발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않은 간행물로 국한시켜 놓았다. 보통 서점의 매장에는 발행한 지 1년이 지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이 섞여 있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인데, 일일이 책에 나와 있는 발행일을 보고 정가 판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경우 “1년이 경과한 도서의 판매에 대해서는 출판사 또는 유통회사와 서점간의 당사자간 계약으로 조치할 사항” 으로 규정함으로써 도서정가제의 의미를 축소시켜 버렸다. 이러한 축소 행위는 다음과 같은 문화관광부 도서정가제 시행지침에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진흥법 제22조 제2항에 따라 발행 1년 이내의 모든 간행물에 대하여 정가제를 적용 하되 도서정가제 적용대상 도서범위에 관해서는 공정거래법 제29조 제2항에 의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문화관광부와 협의하여 다음과 같이 고시한 내용에 따름

    • 2003. 1. 1 ~ 2004. 12. 31 : 모든 간행물
    • 2005. 1. 1 ~ 2006. 12. 31 : 실용도서를 제외한 모든 간행물
    • 2007. 1. 1 이후 : 실용도서, 학습참고서II(초등학생용)를 제외한 모든 간행물
  • 셋째, 도서정가제 법률이 한시적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진흥법 부칙 제2조에서는 도서정가제의 적용시한을 “이 법 시행일부터 5년간 적용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 법과 시행지침에 의하면, 정가제 대상도서가 점점 줄어들어, 2005년 실용도서, 2007년 이후에는 실용도서와 학습참고서까지 제외되다가 5년이 지나게 되는 2008년 이후에는 도서정가제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도서정가제 법률은 출판산업의 육성ㆍ지원과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이라는 진흥법의 입법 취지와 정가제의 일관된 원칙에 모두 어긋나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정가제 준수를 법으로 요구하면서도 그 대상 범위와 준수 기간을 다시 법으로 대폭 제한시켜 놓는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률이나 시행지침 자체에서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도서정가제는 시행상에서 더욱 파행을 노출하게 된다. 정가제 법률이 시행된 이후에도 할인판매 상황은 시행 이전과 비교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정가제에 대한 원칙의 결여, 대상 범위와 기간을 스스로 축소시킨 법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정가제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터넷서점에서는 법이 인정하는 10%의 할인 외에도 마일리지, 경품 제공, 배송료 무료 서비스 등을 통하여 실제로는 수십 퍼센트의 할인을 시도하여 정가제 자체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구매액에 비례하여 적립금을 부여하는 마일리지가 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무한 할인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맹점이다.

결국 인터넷서점의 공세와 독자들의 할인 요구로 촉발된 할인시장은 거품가격 형성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독자에게 되돌아갔고, 인터넷서점은 수익률에 전전긍긍하며, 중소서점들의 전폐업이 도미노 현상처럼 벌어졌다. 인터넷서점의 과도한 할인경쟁에 대한 우려는 소비자단체로 하여금 소비자들의 피해를 경고하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인터넷서점의 지나친 할인경쟁으로 중소규모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서점 역시 지나친 할인으로 인한 적자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적자로 인한 손실을 어떻게 메우고 있는가? 결국 지나친 과당 경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알게 모르게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이다. … 도서 가격에 거품은 없는가? 할인해줄 것을 미리 염두에 둔 거품가격은 아닌가? … 계층에 따라서 서적 구매 패턴도 달리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과 친숙한 계층이 점점 증가함에 따라서 구매 패턴도 달리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도 지금의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중소서점이 문을 닫고 거품가격의 형성으로 출판업계 공동화 현상을 가져오게 하는 인터넷서점의 지나친 할인 정책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온ㆍ오프라인 두 가지 유형의 서점이 함께 윈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우리 출판업계와 문화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도서출판은 일반 제조업과는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3년 2월 도서정가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인터넷서점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과도한 할인 행위가 이루어졌지만, 이에 대한 교육이나 규제는 별로 볼 수 없었다. 앞에서 보았듯이, 진흥법에는 도서정가의 표시 위반이나 할인 행위에 대해서는 벌칙으로 과태료를 물도록 되어 있다. 과태료의 부과와 징수절차에 대해서는 진흥법 시행령 제18조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 출판및인쇄진흥법 시행령 제18조(과태료의 부과ㆍ징수절차) ]

  1. 문화관광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자치구의 구청장(이하 “부과권자”라 한다)은 법 제28조 제3항의 규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위반행위를 조사ㆍ확인한 후 위반사실과 과태료의 금액 등을 서면으로 명시하여 이를 납부할 것을 과태료 처분대상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2. 부과권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과태료를 부과하고자 하는 때에는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과태료 처분대상자에게 구술 또는 서면에 의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지정된 기일까지 의견진술이 없는 때에는 의견이 없는 것으로 본다.
  3. 위반행위의 종별에 따른 과태료의 금액은 [별표]와 같다. 다만, 부과권자는 위반행위의 정도ㆍ위반횟수 및 위반행위의 동기와 그 결과 등을 고려하여 그 해당금액의 2분의 1의 범위 안에서 이를 가중 또는 경감할 수 있다.

    [별표] 과태료 부과금액(제18조 제3항 관련)
    위반행위 해당조항 과태료금액
      법 제22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청가를 표시하지 아니한자 법 제28조 제1항 제5호 100만원  
      법 22조 제2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정가 또는 정가의 1할을 초과하여 할인판매를 한자 법 제28조 제1항 제5호 100만원  
  4. 과태료의 징수절차는 문화관광부령으로 정한다.

이러한 법조문이나 시행령 역시 유명무실하게 방치된 채, 5년간의 시효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이미 2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입법 취지도 무색해졌거니와 도서정가제의 확립에 대한 문화관광부의 소극적인 태도도 도서정가제 법률의 무력화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